본문 바로가기

지리

마이산, 시간의 층을 품은 산 — 지리로 읽는 신비의 봉우리

전라북도 진안군의 중심부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선 독특한 산이 있다.
그 이름은 ‘마이산(馬耳山)’. 말의 귀를 닮았다는 이름처럼,
이 산은 수천만 년의 세월이 빚어낸 지질학적 조각품이자,
한국의 중부 내륙 지형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마이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이 시간으로 쌓아 올린 ‘지리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마이산의 지리적 구조, 지질 형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자연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마이산의 위치와 지리적 배경

마이산은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과 마령면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 지리상으로 보면 백두대간의 지맥 중 하나인 금남호남정맥이 지나가는 지점에 위치한다.
그 때문에 마이산은 단순히 독립된 산이라기보다,
한반도의 큰 산줄기가 서쪽으로 뻗어 내려오며 만들어낸 지형적 ‘매듭’에 해당한다.

해발고도는 약 687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그 모양새가 워낙 독특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서봉과 동봉이 쌍둥이처럼 마주 서 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사이로 작은 골짜기와 평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 지역은 내륙 분지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일교차가 크고,
지질적으로는 고생대 석회암층과 신생대 퇴적암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산, 시간의 층을 품은 산 — 지리로 읽는 신비의 봉우리

 

지질학적으로 본 마이산의 형성 과정

지질학자들은 마이산의 기원을 약 8천만 년 전 백악기 후반으로 본다.
그 시기 한반도 중부 지역은 활발한 화산활동과 침식작용이 교차하던 지역이었다.
마이산을 구성하는 주요 암석은 역암(礫岩, conglomerate) 으로,
모래·자갈·점토가 강한 압력과 열에 의해 굳어진 암석이다.
이 역암이 층층이 쌓이면서 특유의 둥근 형태가 만들어졌다.

지질 구조를 보면,
마이산은 수평이 아닌 경사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말은 당시 퇴적물이 수평으로 쌓이지 않고,
지각 변동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 올라갔음을 의미한다.
즉, 마이산은 단순한 풍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지각이 움직이며 만들어낸 지질 변형의 기록인 셈이다.

 

마이산의 지형적 특징 —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각각 ‘암마이봉’(암말귀봉)과 ‘수마이봉’(수말귀봉)이라 불린다.
서쪽의 봉우리가 암마이봉, 동쪽의 봉우리가 수마이봉이다.
이 두 봉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와 침식이 다르게 진행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굳어졌다.

특히 마이산의 암석은 단단하면서도 층이 불균일하여,
비와 바람이 닿는 각도에 따라 침식 속도가 달라졌다.
이로 인해 봉우리의 윗부분은 둥글고 아래쪽은 좁아진 독특한 원추형 구조를 띤다.
이러한 지형적 형태는 한반도 내에서도 매우 드물며,
학자들은 마이산을 ‘자연적 조형미를 지닌 역암 지형의 대표 사례’로 평가한다.

또한 마이산 일대에는 석탑군(石塔群)탑사(塔寺) 가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의 지반이 단단하면서도 안정적인 역암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탑들이 오랜 세월 무너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도,
마이산의 지질적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후와 지형이 만든 독특한 생태

마이산이 자리한 진안 지역은 내륙형 기후를 보인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우며, 봄과 가을의 일교차가 크다.
이 기후 조건은 마이산의 침식과 풍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암석 표면을 달구고, 밤에는 급격히 냉각되면서
암석 표면이 반복적으로 수축·팽창을 겪는다.
이 현상은 ‘온도 풍화(thermal weathering)’라고 불리며,
마이산의 표면이 매끄럽고 둥글게 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마이산 주변의 토양은 풍화된 역암이 섞여 있어 배수가 잘되고,
그 덕분에 다양한 야생화가 서식한다.
봄철에는 마이산 자락마다 노란 현호색과 흰 노루귀가 피어나며,
이 지역의 미세한 기후대가 식물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바라본 마이산의 지리적 상징성

마이산은 예로부터 단순한 산이 아닌,
‘하늘과 땅이 맞닿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 이유는 지리적 위치와 형태 때문이다.
두 봉우리가 서로 마주 보고 솟은 모양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며,
중앙의 평지는 인간이 자연과 만나는 통로로 인식되었다.

고지도(古地圖)에서도 마이산은 ‘전라도의 중심을 지탱하는 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지리상의 중앙이 아니라,
지형적으로 동서 남북을 잇는 중심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마이산은 호남 평야와 소백산맥 사이의 경계 지점에 놓여 있어,
기후·수계·지질의 경계가 만나는 자연의 교차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마이산은
인문지리적으로도 상징성이 높다.
탑사나 은수사 등 사찰이 자리한 이유 역시,
이곳이 ‘하늘의 기운이 모이는 자리’라는 전통적 인식 때문이다.

 

시간과 지층이 쌓아 올린 자연의 조형물

마이산은 한 시대의 산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천만 년의 시간과 대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간은 그저 그 위를 걸을 뿐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호흡이 이어지고 있다.

지리학적으로 마이산은 지각 변동과 풍화의 교차점,
문화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상징의 산이다.
이 산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지리’라는 과학을 통해
자연의 철학을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마이산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